유혹은 늘 그럴듯하다
기업인이 직원 명의로 후원금을 나눠 내주겠다고 합니다. 참모가 책값 봉투가 오가는 출판기념회를 열자고 합니다. 먼 친척이 아들 취업 얘기를 꺼냅니다. 받으면 돈과 인지도가 오르고 청렴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숨은 흠결 장부에 한 줄이 적힙니다.
흠결의 유형은 인사청문회에서 되풀이돼 온 병역, 세금, 재산 증식, 위장전입, 논문, 음주운전과 갑질, 외유성 출장 같은 것들입니다. 모두 유형만 옮긴 가상의 사건이고 특정 인물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장부는 선거 때 열린다
흠결은 고를 때는 티가 나지 않습니다. 대신 큰 선거일수록 검증 공세로 득표를 깎고, 공천 심사에서도 감점이 됩니다. 오래된 흠결은 해마다 조금씩 희미해지지만 아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사과하고 돌려주면 장부가 지워지지만 지지율과 당내 신뢰, 돈을 치릅니다.
의혹 보도에서 법정까지
흠결이 어느 정도 쌓이면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정치자금 흐름을 파헤칩니다. 전면 부인할지, 고개 숙여 사과하고 돌려줄지, 정치 탄압이라며 지지층을 모을지 고릅니다. 부인이 통하지 않으면 검찰 수사입니다. 대형 로펌 변호인단을 쓰거나, 표적 수사라며 여론전을 펴거나, 성실히 조사받습니다.
기소되면 1심 선고일에 법정 앞에 카메라가 늘어섭니다. 무죄면 지지자들과 부둥켜안고 장부가 깨끗해집니다. 실형이면 법정 구속이고, 정치 인생은 거기서 멈춥니다.
가벼운 흠결은 여론의 뭇매로 끝나고 수사까지 가지 않습니다. 문제는 하나하나는 가벼운 일이 쌓인다는 것입니다.